지난 7월 1일 서울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북촌한옥마을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화려한 한복을 대여해서 입고 골목골목 누비며 사진을 찍는 다니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특별관리지역]은 관광진흥법에 의해 지정할 수 있는데,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던 북촌한옥마을은 바로 전국 최초의 특별관리지역이 되었습니다. 북촌한옥마을과 특별관리지역에 대해 알아보고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짚어보겠습니다.
두 편의 글로 북촌한옥마을 형성 과정에서부터 특별관리지정까지 몇 가지 화두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북촌한옥마을 특별관리지역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북촌한옥마을 형성 과정과 특성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입니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이라고 불렸는데 조선시대에 조성된 양반층 주거지로서 1920년대까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1930년대에 서울의 행정구역이 확장되고, 도시구조도 근대적으로 변형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1930년도를 전후하여 근대식 주택경영회사들이 대규모의 필지나 임야를 소규모의 택지로 분할해 한옥을 밀집하여 짓거나 기존의 한옥을 지금 볼 수 있는 어깨를 맞댄 한옥으로 변형시켜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에도 도심으로 인구가 밀집되면서 주택과 도시공간도 변화되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한옥들이 밀집되어있는 가회동 11번지와 31번지, 삼청동 35번지, 계동 135번지의 한옥주거지들이 모두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한옥마을 > 북촌 | 서울한옥포털
현황 북촌은 북악과 응봉을 연결하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삼청공원과 북악산이 펼쳐져 있어 도심에서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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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택지분양 사례이기도 합니다. 1929년 2월 7일자 조선일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택 분양 광고가 실렸습니다. 북촌한옥은 1930년대 개량 한옥들로서 대량으로 지어 분양하며 조성된 마을입니다.

한옥을 대량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목재소에서 공급되는 표준화된 목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였기에 비슷한 유형의 집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통한옥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며 새로운 도시 주택유형으로 정착된 것이지요.
한옥이라는 건축양식을 제외하고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익숙한 택지개발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마을이 북촌한옥마을입니다.
2. 서울의 관광명소, 랜드마크인 북촌한옥마을
북촌한옥마을은 독특한 한옥건축 양식과 한국적인 미학을 담은 정갈한 골목길, 조선시대로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유적과 문화재들로 풍부한 스토리와 볼거리를 가진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악과 응봉을 연결하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삼청공원과 북악산이 펼쳐져 있어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에서 북촌한옥마을은 주거지이지만 "여행지 > 명소" 코너에서 "랜드마크"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북촌한옥마을 페이지는 2015년 12월 2일에 제작되고 2024년 9월 5일에 최종 수정되었다.)

한국일보, 2023.08.28. '16채 중 정주 한옥은 2채만 남아…'고스트타운' 북촌 한옥마을(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220430001635) 기사 등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유명 예능 프로그램인 KBS '1박 2일'에 마을이 소개된 것을 계기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골목을 지닌 고풍스런 주거지 마을이 광고, 드라마 촬영소가 되고, 심지어 관광버스가 드나드는 관광지로 정체성이 바뀐 것입니다.
저는 학창시절 한옥마을을 공부하기 위해 주거지를 조용조용 답사를 다녔는데 2019년 다시금 북촌을 찾았을 때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큼 관광객들이 넘쳐 흘러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문기사에 나온 주민의 인터뷰를 보면 2013~2014년 마을입구에 관광버스가 나타났다고 하고, 2015년 서울시는 공식 관광웹사이트에 관광 명소로 소개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화려하게 개량된 한복을 입고 사진 찍거나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식당에 자리한 풍경은 이제 북촌한옥마을 그 자체인 듯 합니다. 관광객으로 좁은 골목이 채워질수록 주민들의 불편은 커져만 갔습니다.
관광객이 넘쳐 나게 많아지면서 주민들 생활은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줄어들었습니다.
3.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관광반대 시위
2018년은 오버투어투어리즘 문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 했습니다. 북촌한옥마을에는 하루에 1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었고,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은 소음, 쓰레기, 매연 등에 시달리다 못해 관광객 방문을 반대한다는 시위가 연일 계속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기준 주민 7,500명이 사는 마을(가회동·삼청동 인구 기준)에 외국인 관광객만 280만 명이 찾아왔습니다. 주민 수에 비해 370배가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였다는 말입니다. 방문객들이 북촌한옥마을의 주요 골목인 북촌로11길에 집중되는 것도 감안해 봄직합니다.

오버투어리즘은 과잉관광문제라고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관광객이 물리적, 사회적 수용력을 초과해서 생기는 문제와 부정적인 영향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2016년 세계적인 관광지인 베네치아 주민들이 관광을 거부하는 시위를 하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관광객이 많아지는 만큼 담배꽁초, 쓰레기를 마구 버려 쾌적한 골목이 오염되고, 하수구가 막히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소음이 넘쳐났고, 집을 구경하겠다고 아무때나 초인종을 눌러 대거나 화장실을 개방해 주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기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골목에는 관광객 노상방뇨도 흔히 일어나니 주민들의 불편과 민원도 늘어 갔습니다.
2016년부터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서울시와 함께 관광객을 위한 쓰레기통과 화장실이라도 마련하는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되는 불편을 이기지 못하고 주민들은 관광객 방문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마을 곳곳에 '정숙이 캐릭터 안내판'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방문 에티켓을 알리기도 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광객 출입 가능시간을 설정하는 등 8대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이런 대책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30년 넘게 한옥마을에서 거주한 한태균 씨(37)는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하나도 좋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씨는 “원래 조용한 동네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면 소음이 심해지는 게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했다.
한 씨는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한옥마을이 소개되고 단체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고 기억했다. 한 씨는 “고등학생 때쯤 일본인 관광객이 한류 때문에 왔었다. 그 후에는 중국인들이 왔다. 2016년쯤이었다. 그때부터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 가운데 일부가 기물 파손,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불법주차 등의 민폐를 끼쳤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무단 투기한 쓰레기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는 것인데 치우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비즈한국( 2023.05.17), [현장] 화장실·쓰레기통이라도…'오버투어리즘' 앓는 북촌 한옥마을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5645,
기물 파손,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불법주차 골머리…종로구 ‘특별관리구역’ 지정 검토 중

4. 주민들이 떠나는 북촌한옥마을, 관광젠트리피케이션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북촌을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사람이 몰리는 이 곳은 주택을 개조해 상업시설로 변모되어 낮에는 북적이지만 밤에는 텅빈 공간으로 남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북촌이 걸쳐 있는 가회동·삼청동의 정주 인구는 2023년 기준 북촌한옥마을의 인구는 6100명입니다. 2013년 이후 10년간 27.8%(2422명) 줄었습니다. 주거용 한옥은 상업용으로 용도가 바뀌거나 전문 숙박업체가 주민에게 운영권을 사서 게스트하우스 등 관광용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관광문제로 인해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저렴한 주거지에 중산층이 이주해 와 고급화되면서 기존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집값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 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러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젠트리피케이션처럼 단순히 거주민이 대체되는 현상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주거지가 관광지화, 상업화 되면서 용도가 바뀌면서 새로운 인구 유입 없이 주민 이탈만 발생하여,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생깁니다.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이기에 방문해 볼 의미가 있었던 한옥마을의 가치가 변화되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속촌 같은 관광지와 다를 것이 없어진다면 관광객은 더이상 이 곳을 방문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유행을 타는 관광과 상업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상업용으로 기능이 바뀌어버린 한옥과 한옥마을이 다시 본래의 주거지역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흥행하는 골목상권이 되고 지역을 찾는 사람이 많고 지방정부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 그 공간과 지역에 애착을 갖고 정주하는 주민들이 많은 곳이 지속가능하고 힘이 있는 지역사회가 되는 것이니까요.
사람이 살던 집들은 속속 상업시설로 바뀌었다. 한국일보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가회동 5통 일대 한옥 84채의 건축물대장을 분석해보니 주거용은 52채(61.9%), 상업용은 32채(38.1%)로 집계됐다. 2010년에는 주거용이 73채(86.9%)로 대부분이었고, 상업용은 11채(13.1%)에 불과했다.
가회동 5통장 이기배(75)씨는 "주거용 한옥을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거나 돌잔치 스튜디오 등 상업시설에 임대를 주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행정 문서에는 주택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빈집이거나 상업시설로 리모델링 공사 중인 한옥도 최소 7채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정주 한옥 비중은 50%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한국일보(2023.08.28). 16채 중 정주 한옥은 2채만 남아…'고스트타운' 북촌 한옥마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220430001635